요즘 진짜 특별한 일은 없는데, 이상하게 별거 아닌 장면들이 자꾸 기억에 남더라. 출근길에 편의점 들러서 삼각김밥 하나 집고 나오는데, 앞사람이 계산 끝나고 알바분한테 “오늘도 힘내세요” 하고 가는 거 있지. 그 한마디 듣고 괜히 나까지 멋쩍어짐. 나는 맨날 카드만 내밀고 로봇처럼 “네…” 이러고 나오는데. 서울 살면 다들 바쁘고 무표정 모드 장착하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거 보면 또 사람 사는 동네 같긴 함. 물론 나는 그 장면 보고도 막상 다음날엔 “봉투 괜찮습니다”만 겨우 함. 따뜻한 인간 되기 난이도 왜 이렇게 높냐.
그리고 요즘 제일 자주 드는 생각이, 나도 참 소소한 거에 기분이 많이 좌우되는 타입이구나 싶음. 버스 창가 자리 앉으면 괜히 하루 덜 망한 느낌 들고, 신호 안 끊기고 쭉 걸리면 오늘 운 괜찮네 싶고. 반대로 카톡 알림 와서 살짝 기대했는데 단톡이면, 아 이게 인생이지 하고 다시 폰 넣음. 특히 소개팅 앱이든 뭐든 알림 뜰 때마다 심장이 먼저 설치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광고거나 포인트 지급 안내임. 나한테 제일 다정한 건 앱 푸시 같음. 이 정도면 거의 디지털한테도 희망고문 당하는 중.
주말엔 혼자 카페 자주 가는데, 예전엔 그게 좀 쓸쓸하게 느껴졌거든. 근데 요샌 그냥 적당히 좋음.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들으면서 멍 때리다 보면, 꼭 뭘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좀 덜해짐. 옆 테이블에 누가 소개팅 첫 만남인지 엄청 어색하게 대화하는 거 들리면 괜히 남 일 같지도 않고. 속으로 “형님, 그 질문 말고 다른 거 없습니까” 하다가도, 막상 내가 그 자리에 가면 더 심각할 거 알아서 조용히 커피만 마심. 머릿속 시뮬레이션은 늘 완벽한데 실전만 가면 로딩 걸리는 거, 이건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아무튼 요즘은 엄청 행복하다 이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막 우울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사이에 웃긴 포인트들이 조금씩 껴 있는 느낌? 예전엔 뭔가 큰 이벤트가 있어야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했는데, 요샌 퇴근길 바람 좀 괜찮았던 거, 동네 고양이 또 같은 자리에 있던 거, 카페에서 들은 노래 하나 같은 게 더 오래 남네. 다들 요즘 일상에서 이런 소소한 거 하나씩 있냐? 남들은 뭐에서 “아 오늘 좀 괜찮네” 이런 거 느끼는지 궁금함. 나도 좀 따라 해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