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예전보다 아주 조금 덜 가라앉는 날이 생겼어요. 회사 다녀오면 예전엔 그냥 씻고 누워서 하루 끝내기 바빴는데, 요 며칠은 창문도 한 번 열어보고 물도 천천히 마셔보고 그러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어요. 사람은 정말 힘든 시간을 조금 지나고 나면, 제일 먼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저는 당연히 “아 살 것 같다” 이런 해방감이 먼저 올 줄 알았는데, 막상 저한테 온 건 기쁨보다는 이상한 낯섦이었어요. 내가 이렇게 멍하니 안 힘든 척이 아니라 진짜로 조금 덜 힘든 상태여도 되나 싶은 느낌이요.
회사에서는 여전히 별거 아닌 말에도 괜히 심장이 철렁할 때가 있고, 집에 오면 갑자기 축 처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완전히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냥 예전보다 숨 쉴 틈이 조금 생긴 정도 같아요. 그런데 그 틈이 생기니까 오히려 다른 생각이 들어요. 나는 원래 뭘 좋아했지, 퇴근하고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 사람들은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면 제일 먼저 뭘 다시 시작하게 되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요. 예전엔 버티는 게 우선이라 이런 궁금증조차 없었는데, 궁금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신기했어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도 비슷한 시기 지나본 적 있나요? 조금 괜찮아지기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돌아온 게 식욕이었는지 잠이었는지 아니면 감정이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가끔은 웃긴 영상 보다가 아주 잠깐 웃는 제 얼굴이 낯설어서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빨리 좋아져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이런 작은 변화도 변화로 쳐줘야 하나 싶은 마음이 더 커요.
별거 아닌 질문처럼 보여도 저한텐 오늘 좀 크게 남아서 글 써봤어요. 누군가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사소한 궁금증이 생긴 것만으로도 조금 다행이다 싶었어요. 다들 괜찮아진 뒤에 제일 먼저 뭐가 돌아왔는지, 혹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편하게 얘기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저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보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