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좀 정신이 없었어요. 이것저것 한꺼번에 하느라 마음이 붕 뜬 느낌이었는데, 베란다에 나가서 물 주기 시작하니까 그제야 숨이 좀 고르게 쉬어지더라고요. 원래는 그냥 흙만 한번 보고 들어오려 했는데, 몬스테라 새잎 올라온 거 보고 괜히 한참 쭈그려 앉아 있었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말려 있던 잎이 오늘은 조금 더 펴져 있어서, 별거 아닌데도 그런 작은 변화가 참 반가웠어요.
점심쯤에는 동네 잠깐 다녀왔는데 햇빛이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좋았어요. 요즘 날씨가 애매해서 식물들 자리도 자꾸 바꿔주게 되는데, 오늘은 스킨답서스랑 테이블야자 위치를 좀 옮겨봤어요. 너무 밝으면 잎 끝이 신경 쓰이고, 또 너무 그늘지면 축 처지는 것 같아서 늘 고민이네요. 식물 키우는 분들은 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한 번씩은 화분 앞에서 “여기가 맞나...” 하시지 않나요? 저만 이렇게 유난 떠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오후에는 커피 한 잔 내려서 옆에 두고 말라 있던 잎 몇 장 정리했어요. 마른 잎 떼어내고 흙 표면 살짝 정돈하는 그 시간이 저는 이상하게 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뭔가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닌데, 복잡했던 기분이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사람 마음도 식물처럼 바로 티가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물이 필요한지, 햇빛이 필요한지 알 수 있으면 덜 서툴 텐데요.
아무튼 오늘은 엄청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그래서 더 괜찮았던 하루였던 것 같아요. 조용히 지나간 날인데도 나름대로 기억에 남네요. 다들 식물 키우다가 유독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 있으세요? 저는 새잎 볼 때도 좋지만, 해 질 무렵에 잎 그림자 바닥에 비칠 때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괜히 하루 끝에 마음이 좀 다정해지는 느낌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