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려서 쪼그려 앉아야 편한 몸, 방치하면 벌어지는 일
아버지가 마트에서 카트를 붙잡은 채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저려서 여기 잠깐 쪼그려 앉아야겠다"고 하셨을 때, 가족들은 흔히 단순한 다리 힘 저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걷는 도중 다리가 저리다가 앉거나 허리를 숙이면 증상이 풀리는 패턴은 신경성 파행(neurogenic claudication)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면서 걸을 때마다 다리로 가는 신경 혈류가 부족해지고, 자세를 굽혀 척추관 공간을 넓혀야 비로소 저림이 가라앉는 것입니다.
이런 증상을 특별한 조치 없이 오래 두면 걷는 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결국 통증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디칼타임즈(2022.11) 보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상 2021년 척추수술은 12만 8,000건 시행됐고, 진단 후 5년을 초과해 수술받은 비율이 85.5%에 달했습니다.[1]
진단을 받고도 5년 이상 증상을 안고 지내다 수술 시점을 맞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은,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원인을 확인해두는 것이 이후 선택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허리보다 다리가 먼저 저린 진짜 이유
나이가 들면서 척추뼈 사이 디스크가 납작해지고, 척추관 뒤쪽의 황색인대가 두꺼워지며, 관절 돌기가 커지면 척추관 내부 공간이 점점 좁아집니다. 이 공간 안을 지나는 신경 다발이 눌리면 걸을 때 다리로 가는 혈류와 신경 전달이 동시에 방해받아 저림과 당김이 나타납니다.
이때 헷갈리기 쉬운 것이 혈관 질환으로 생기는 혈관성 파행입니다. 혈관성 파행은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완화되지만, 신경성 파행은 앉거나 허리를 앞으로 굽혀야만 뚜렷하게 풀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진료 과정에서 어느 자세를 취해야 편해지는지 구체적으로 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0대의 다리 저림과 60대의 다리 저림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같은 "걷다가 다리가 저리다"는 표현이라도 나이에 따라 그 뒤에 있는 원인과 진행 속도는 상당히 다릅니다.
| 연령대 | 흔한 원인 | 증상 특징 |
|---|
| 10~20대 | 급성 디스크 탈출, 장시간 앉는 습관, 급격한 체중 변화 | 한쪽 다리로 방사통이 강하고 기침·재채기에 악화 |
| 30~40대 | 반복적 허리 부담, 초기 퇴행 변화, 굽은 자세 | 오래 앉았다 일어설 때 뻐근함, 장거리 이동 후 저림 |
| 50~60대 | 척추관협착증 초기, 척추 전방전위증 | 걷는 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쪼그려 앉으면 회복 |
| 70대 이상 | 척추관협착증 진행, 골다공증 동반 | 양쪽 다리가 함께 저리고 짧게 서 있기도 힘듦 |
20~30대의 다리 저림은 디스크 탈출처럼 급성으로 시작해 자세 교정과 초기 관리만으로도 호전되는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반면 50대 이후 나타나는 척추관협착증은 뼈와 인대가 서서히 두꺼워지며 진행하는 퇴행성 변화라 완만하게 악화되는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병철의 「Journal of Korean Spine Surgery」(2000) 종설이 인용한 Johnsson 등의 보고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 32명을 4년간 관찰한 결과 70%에서 증상 변화가 없었고 15%에서 호전, 15%에서만 악화됐습니다.[2]
이 관찰 결과는 협착증이 진단되었다고 곧바로 급격히 나빠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개인마다 척추관이 좁아진 정도와 동반 질환이 다르므로, 나이가 많을수록 근력 저하나 낙상 위험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방과 관리, 연령에 따라 다르게 접근합니다
20~40대처럼 디스크나 자세 문제가 주된 원인일 때는 코어 근력 운동과 허리를 과도하게 젖히지 않는 자세 교정을 6~8주 정도 꾸준히 이어가며 경과를 지켜보는 방식이 흔히 권장됩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업군이라면 50분마다 일어나 걷는 습관만으로도 증상 빈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는 근육 긴장을 풀어 통증을 조절하는 보조 수단으로 쓰입니다.
파이낸셜뉴스(2026.06)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하며 1회 30분 기준 가격을 4만 3,850원(환자 부담 4만 1,657원)으로 정하고, 시행 횟수를 주 2회·연 15회(의학적 판단 시 최대 24회)로 제한했습니다.[3]
50~60대 이후 척추관협착증으로 걷는 거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 신경 주사나 시술을 함께 논의하는 시점이 앞당겨지는 경우가 많고, 70대 이상으로 낙상 위험이나 근력 저하가 동반될 때는 보존치료 기간을 짧게 잡고 조기에 전문의와 상의하는 쪽이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젊고 증상이 최근 시작됐다면 운동과 자세 교정을 먼저 충분히 시도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환자가 같은 속도로 좋아지지는 않으며, 보존치료를 이어가도 저림이 남는 경우도 있어 경과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관리의 일부라는 점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 한쪽이 아닌 양쪽 다리가 동시에 저리고 힘이 빠지는 경우
- 걷는 거리가 몇 주 사이 눈에 띄게 짧아진 경우
- 엉덩이 안쪽이나 사타구니 감각이 둔해지거나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진 경우
- 밤에 누워 있어도 다리 저림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
- 고령이면서 낙상이나 균형 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
특히 대소변 조절 이상을 동반한 다리 저림은 응급 평가가 필요한 신호이므로 나이와 상관없이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고령층은 근력 저하가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젊은 층보다 증상 확인 시점을 앞당기는 편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다리 저림을 둘러싼 짧은 문답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