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12시, 천안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는 점심상이 한창입니다. 초등학생 손자가 반찬을 나르다 말고 뒤에서 몇 번이나 할아버지를 불렀지만, 텔레비전 앞에 앉은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결국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나서야 할아버지는 화들짝 놀라며 돌아봅니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그 순간이 그저 우스갯소리로 지나갔지만, 사실 이 모습은 난청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호 중 하나와 겹칩니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뒤쪽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집중력 문제가 아니라 청각 기관 자체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난청을 둘러싸고 자주 오해되는 부분들을 근거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난청, 귀에서 끝나지 않는 문제입니다
난청을 처음 겪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를 나이가 들면서 소리가 조금 둔해지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굳이 검사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청력 저하는 귀 안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난청이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치매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되고 있으며,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1]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대화 참여가 줄고, 모임이나 전화 통화를 피하게 되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사회적 교류 자체가 줄어듭니다. 뇌는 청각 자극을 통해 언어와 기억을 처리하는 영역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데, 이 자극이 줄어드는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65~75세 구간에서도, 75세 이상 구간에서도 유병률이 상당히 높게 보고되는 만큼 이는 결코 소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난청, 귀가 늙어서만 생기는 건 아닙니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달팽이관 안의 청각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를 겪어 청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소음 노출, 유전적 요인, 만성질환 등 여러 요인이 이 퇴행 속도에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난청을 노인성 질환으로만 떠올리기 쉽지만, 그러나 젊은 층에서도 난청은 드물지 않게 나타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 환자는 2018년 8만 4,049명에서 2022년 10만 3,474명으로 약 23% 늘었고, 20대 환자는 같은 기간 8,240명에서 1만 1,557명으로 40% 이상 급증했습니다.[2]
이러한 증가의 배경으로는 시끄러운 소음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것, 이어폰으로 오랜 시간 큰 소리를 듣는 습관, 그리고 스트레스와 불안이 함께 지목됩니다. 노인성 난청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과 달리, 돌발성 난청은 짧게는 며칠 사이에 갑작스럽게 청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어서 두 질환은 원인도, 진행 속도도 다르게 봐야 합니다.
TV 소리보다 먼저 사라지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청력이 떨어지면 목소리가 작아서, 혹은 상대방의 발음이 뭉개져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부터 먼저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 목소리 중에서도 'ㅅ', 'ㅊ', 'ㅍ' 같은 고음역 자음이나 새소리, 알람 소리처럼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먼저 흐릿해지고, 이후 대화 자체는 들리는데도 정확히 무슨 말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단계로 넘어갑니다. 앞서 살펴본 장면처럼 소리가 나는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는 것도 흔한 증상 중 하나이며, 여기에 이명까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 종설 연구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 유병률은 65~75세에서 25~40%, 75세 이상에서 38~70%에 이르며 국내 환자만 17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60대 남성 중 청력이 좋지 않은 하위 10%는 55~75dB의 청력 역치를 보입니다.[3]
이 수치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 노인성 난청의 특징입니다.
청력검사도, 보청기 지원도 난청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청기 하나만 마련하면 난청 문제가 전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건강보험이 모든 보청기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 지원 범위는 난청의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급여 지원 대상인 60dB HL 이상 중증 난청의 보청기 착용률은 2010~2012년 23.06%에서 2020~2022년 53.52%로 늘었지만, 급여 기준에 못 미치는 40dB HL 이상 난청은 9.42%, 26~39dB의 경도 난청은 0.64%에 그쳐 집단 간 격차가 5배 이상으로 벌어졌습니다.[4]
즉 같은 '난청'이라도 급여 지원 여부에 따라 실제 보청기 착용률은 5배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며, 이는 경도·중등도 난청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방음부스는 예상보다 훨씬 조용해서 처음 들어간 사람들은 잠시 멍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검사자가 주파수 순서를 무작위로 바꿔가며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미리 짐작해서 반응하기는 어렵습니다.
검사 결과 경도 난청으로 확인되면 정기적인 청력 모니터링과 소음 노출 줄이기가 우선으로 권장되고,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되면 보청기 착용이 실질적인 방법이 되며, 고도 난청 이상이거나 보청기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인공와우 이식이 다음 단계로 논의됩니다.
다만 보청기를 착용한다고 곧바로 예전과 같은 청력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뇌가 증폭된 소리에 적응하는 데 보통 한 달에서 석 달 정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처음 착용한 날에는 소리가 낯설고 크게 느껴져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어, 처음 1~2주는 짧은 시간부터 서서히 착용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이 흔히 권장됩니다.

며칠 안에 병원을 찾아야 하는 난청도 있습니다
청력 이상이나 귀 먹먹함을 느껴도 며칠 지나면 저절로 나아질 거라 여기고 지켜보기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돌발성 난청처럼 치료 시기를 놓치면 청력을 되찾기 어려워지는 유형도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 환자의 약 3분의 2는 이명을 동반하며, 발병 후 3~7일 이내의 조기 치료 여부가 예후를 크게 좌우합니다.[5]
증상이 나타난 뒤 일주일 남짓이 향후 청력 회복 가능성을 가르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검사를 서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 갑자기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기 시작한 경우
- 청력 저하와 함께 어지럼증이나 이명이 동반되는 경우
- 며칠째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
- 이미 보청기를 쓰고 있는데 최근 들어 소리가 이전보다 작게 느껴지는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보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가족이 물어오는 난청 관련 궁금증들
다음은 검사나 보청기 상담 전 가족들이 미리 확인하고 싶어 하는 부분을 정리한 것입니다.
천안 지역에서 난청 관련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서울성모이비인후과의원(이비인후과)이 있으며, 위치는 충남 천안시 동남구 만남로 26, 301호(신부동)로 아트박스 천안신부점에서 약 250m 거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