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밤이 무서운 건 아닌데, 그렇다고 반갑지도 않네요. 누우면 바로 잠들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불 끄고 누운 다음부터가 시작이에요. 몸은 분명 피곤한데 머리만 또렷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예전 일들까지 하나씩 끌고 와서 다시 보여주더라고요. 낮에는 그냥 넘겼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생각까지 다 한꺼번에 몰려오니까 가끔은 내가 하루를 사는 건지 밤을 버티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희한한 건 잠을 못 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생각이 더 차분해진다는 거예요. 예전엔 왜 나만 이러지 싶어서 짜증도 많이 났는데, 요즘은 그냥 사람마다 고장 나는 방식이 조금 다른가 보다 싶기도 해요. 물론 이렇게 계속 두는 게 괜찮다는 뜻은 아니고요. 생활 패턴 바꾸기나 잠들기 전에 자극 줄이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이런 말도 많이 보는데 막상 해보면 하루 이틀로 확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지치는 것 같아요. 노력했는데도 그대로면 괜히 내가 더 무기력한 사람처럼 느껴져서요.
그러다 보면 이상하게 기준이 많이 낮아져요. 오늘 할 일 다 끝내는 것보다 두 시간이라도 푹 자는 게 더 큰 목표가 되고, 누가 “잘 잤어?” 하고 물어보면 대답하기도 애매해져요. 잤다고 하자니 개운하지 않고, 못 잤다고 하자니 아주 한숨도 못 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냥 적당히 얼버무리게 되네요. 주변에서는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 쉽게 말하는데,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어도 듣는 입장에선 좀 허무해요. 생각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싶고.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도 비슷하게 오래 잠 때문에 지치는 분 있나요? 다들 어느 순간부터 조금 덜 예민해졌는지, 아니면 여전히 매일 밤이 부담스러운지 궁금하네요. 거창한 해결법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상태에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게 되는 방식 같은 게 있으면 듣고 싶어요. 요즘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예요. 사람은 잠 하나만 어긋나도 마음 쓰는 방식까지 달라지는구나, 진짜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아닌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