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으면 좀 사람 같아질 줄 알았거든요. 두통이든 저림이든 좀 눌리고, 적어도 일할 때 목 뒤에서 전기 오듯 올라오는 그 느낌은 덜하겠지 했는데... 이상하게 몸은 잠깐 조용해져도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이 더 큼. 멍하고, 반 박자 늦고, 코드 보다가 방금 뭐 읽었는지도 까먹고 ㅋㅋ 진짜 짜증나요

원래도 거북목 풀세팅으로 사는 인간이라 목이랑 머리 쪽 예민한 건 익숙한데, 약 먹고 나서는 그 예민함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냥 흐리게 덮인 느낌? 선명하게 아픈 것도 빡치는데 흐릿하게 계속 이상한 것도 사람 미치게 하더라고요. 아픈 건 줄었는데 컨디션이 좋아진 건 아님. 이게 제일 열받음

주변에선 약 먹고 좀 나아졌냐고 쉽게 묻는데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아진 척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더 힘들다고 하자니 또 유난 같고. 몸 하나 멀쩡하게 못 굴리는 느낌이 자존심 진짜 긁음 ㅠㅠ 개발은 머리로 먹고사는데 머리가 뿌연 날이 늘어나니까 괜히 내가 고장난 부품 된 기분만 들고

그래서 요즘은 통증보다 그 미묘하게 달라진 내가 더 싫어요. 약이 맞는 건지 내가 버티는 건지 구분도 안 가고. 그냥 예전처럼 생각이 또렷한 하루가 한 번만 와도 소원이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