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아토피 달고 살아서 연고 바르는 거, 보습 신경 쓰는 거, 세제 바꾸는 거 이런 건 거의 습관처럼 하고 있었는데요. 근데 어느 시점부터는 그걸로는 버티는 느낌만 나고, 특히 밤에 미친 듯이 가려운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엔 약은 되도록 안 먹으려고 했는데, 이번엔 진짜 일상 자체가 무너지는 것 같아서 동네 강남 ○○피부과에서 상담 받고 복용을 시작했어요. 엄청 dramatic하게 확 좋아졌다기보단, 생활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먼저 왔던 것 같아요.

제일 먼저 변한 건 잠이었어요. 원래는 자다가 긁어서 깨고, 아침에 일어나면 피나 진물 자국 보고 한숨 쉬는 날이 많았거든요. 약 먹고 나서는 가려움 강도가 확 꺾이는 날이 생기니까 밤이 덜 무서워졌어요. 잠을 좀 자게 되니까 다음날 예민한 것도 덜했고, 긁는 시간이 줄어서 그런지 상처 회복도 전보다 빨라 보였어요. 물론 컨디션 안 좋거나 더운 날은 다시 올라오긴 했는데, 예전처럼 속수무책은 아니었어요.

또 하나는 “나는 원래 늘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하나 보다” 하는 체념이 좀 줄었다는 거예요. 아토피 있는 사람은 피부 자체도 힘든데, 약속 잡을 때 옷 고민하고, 땀날까 봐 신경 쓰고, 남들이 팔이나 목 볼까 괜히 의식하게 되잖아요. 복용하면서 붉은기랑 올라오는 속도가 조금 완만해지니까 사람 만나는 것도 덜 부담스럽더라고요. 대신 저는 입이 좀 마른 날도 있었고, 몸 상태에 따라 느낌이 달라서 무조건 누구한테나 똑같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저처럼 수면이 먼저 무너진 사람한테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약만 믿고 끝은 아니더라고요. 약 먹는 동안에도 샤워 빨리 하고 바로 보습하는 거, 더울 때 식히는 거, 긁기 시작할 때 손 가는 패턴 줄이는 거 이런 게 같이 가야 덜 흔들렸어요. 저는 오히려 약 먹으면서 “아 내가 관리 포인트를 조금 더 빨리 잡을 수 있구나” 이걸 느꼈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약 복용 시작하고 뭐가 제일 먼저 달라졌어요? 가려움, 진물, 수면 중에 뭐가 먼저 잡혔는지 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