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지나간 지는 좀 됐는데, 문제는 그다음이더라고요. 물집 올라오고 딱지 앉을 때보다 오히려 그 뒤가 더 사람 잡음. 겉으로는 다 나아 보이는데 옷만 스쳐도 따갑고, 밤 되면 찌릿찌릿 올라와서 잠을 깨요. 처음엔 그냥 예민해졌나 했는데 며칠을 계속 그러니까 슬슬 짜증이 쌓이더라고요. 아픈 것도 아픈 건데 끝난 줄 알았던 게 안 끝난 느낌이라 기분이 더 별로였음.
그래서 피부과 다시 갔어요. 솔직히 가기 전엔 또 뻔한 말 듣겠지 싶었는데, 이번엔 의사가 피부는 거의 정리됐어도 신경통처럼 오래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는데 좀 허무했어요 ㅠㅠ 나는 연고만 좀 더 바르면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금 남아 있는 건 피부보다 신경 쪽 자극 같다고 해서 약도 바꾸고, 괜히 아픈 부위 만지작거리지 말라고 하던데 그게 또 쉽나... 신경 쓰이니까 자꾸 만져보게 됨.
웃긴 건 병원 가는 날은 멀쩡한 척한다는 거. 집에서는 등이랑 옆구리 쪽이 화끈거려서 티셔츠도 헐렁한 것만 찾는데, 막상 진료실 들어가면 발진은 거의 없어 보이니까 내가 유난 떠는 사람 같고. 그래서 아픈 시간대랑 느낌을 메모해 갔어요. 밤에 심해진다, 샤워하고 나면 더 따갑다, 잠깐씩 전기 오듯 온다 이런 식으로. 그거 보여주니까 설명이 좀 빨라지긴 하더라고요. 괜히 참다가 한 번에 말 꼬이는 것보다 낫더라고요.
집 와서는 생활 패턴도 좀 바꿨어요. 뜨거운 물로 오래 씻는 거 끊고, 잘 때 닿는 이불도 거친 건 치웠고. 술 한잔하면 괜찮겠지 했다가 다음날 더 예민해지는 느낌 받아서 그것도 멈춤. 이게 대단한 관리라기보다, 아픈 데 건드리지 말자는 식으로 가는 중이에요. 가끔은 거의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훅 와서 사람 성질 건드림 ㅋㅋ 특히 피곤한 날 더 티가 남.
제일 별로였던 건 주변 반응이었어요. 겉으로 멀쩡해 보이니까 다 끝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 거. 그 말 들으면 괜히 설명하기도 귀찮고, 나도 내가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라서 더 입 닫게 됨. 병원 한 번 더 다녀오고 나서는 적어도 내가 괜히 예민한 건 아니구나 싶어서 그건 좀 나았어요.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데, 아프면 그냥 참지 말고 기록해서 가져가는 게 덜 답답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