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이상하게 시간은 빨리 갔는데, 몸은 더 축나는 날이었어요. 아침부터 메일이 끝도 없이 쌓여 있고, 점심 먹고 들어오자마자 회의가 두 개 붙어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서른 되니까 체력이 갑자기 확 꺾인다는 말, 예전엔 좀 과장 같았는데 요즘은 괜히 자꾸 떠올라요. 예전 같으면 “오늘 힘들었네” 하고 끝났을 텐데, 요즘은 그런 날이 며칠만 이어져도 마음까지 같이 메마르는 느낌이 있어서 스스로 좀 챙겨야겠다 싶어요.

그래도 오늘은 퇴근하면서 기분이 조금 풀렸어요. 회사 건물 나오는데 바람이 생각보다 시원해서 괜히 천천히 걸었거든요. 서울은 사람도 많고 늘 바쁘긴 한데, 가끔 이렇게 잠깐 멈춘 것 같은 순간이 있으면 그걸로 하루가 조금 덜 억울해지는 것 같아요. 집 가는 길에 편의점 들러서 요거트 하나 사고, 괜히 군것질도 조금 했어요. 별거 아닌데 그런 소소한 루틴이 은근 사람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집 와서는 대단한 건 안 했고 그냥 씻고 누워서 천장 좀 봤어요. 해야 할 자기계발 목록은 머릿속에 많은데, 정작 오늘은 영어도 싫고 책도 싫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더라고요. 예전엔 이런 날에 스스로한테 왜 이렇게 늘어지냐고 뭐라 했는데, 요즘은 그런 날도 있어야 내일이 좀 덜 버거운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계속 몰아붙이면 사람이 금방 닳는 느낌이라서요.

다들 오늘 같은 날 있지 않아요? 특별한 일은 없는데 괜히 피곤이 마음까지 타고 올라오는 날. 그럴 때 다들 어떻게 풀어요? 저는 요즘 산책이 제일 낫긴 한데, 다른 분들 소소한 회복 루틴 있으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