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알람 세 개 맞춰놨는데도 첫 번째는 꿈속 브금처럼 지나가고, 두 번째에서 겨우 눈 떴음. 취준생 아침이 원래 그렇듯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한 번 지친 상태였고요. 그래도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물 한 컵 마시고 책상에 앉았는데, 앉는다고 바로 뭐가 되는 건 또 아니더라. 컴퓨터 켜놓고 채용 공고 몇 개 보는데, 다들 경력 같은 신입을 찾는 느낌이라 괜히 웃겼음. 웃긴데 안 웃김. 경기 살다 보니까 출퇴근 거리도 같이 보게 되는데, 지도만 봐도 벌써 체력 닳는 기분 들 때 있지 않냐.

점심은 그냥 집에서 대충 먹었음. 원래는 간단하게 먹고 자소서 하나 손보려고 했는데, 밥 먹고 나니까 갑자기 사람이 아니라 포만감 그 자체가 돼버려서 한참 멍 때렸음. 그래도 이러면 하루가 너무 허무해질 것 같아서 동네 한 바퀴 돌고 왔는데, 날씨가 애매하게 좋아서 더 애매한 기분이 들더라.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망한 하루도 아니고. 그냥 “살아는 있다” 쪽에 가까운 날. 이런 날이 제일 설명하기 어려움.

오후에는 억지로 루틴 돌려보려고 카페 말고 집에서 계속 버텼음. 괜히 나가면 돈 쓰고, 들어오면 또 내가 왜 나갔지 싶어서. 자소서 문장 몇 개 고치고, 예전에 저장해둔 기업 정보 다시 봤는데 같은 문장 열 번 읽고도 머리에 안 들어오더라. 그래서 잠깐 책도 폈음. 닉값은 해야 하니까. 근데 책 읽다가도 갑자기 내가 지금 독서하는 사람인지 도피하는 사람인지 헷갈려서 좀 웃겼다. 요즘 하루하루가 대단한 사건은 없는데 묘하게 체감 피로가 큼. 몸보다 마음 배터리가 먼저 닳는 느낌?

그래도 저녁쯤엔 그냥 완전히 놓진 말자는 생각으로 방 정리 조금 하고, 내일 할 것만 메모해뒀음. 거창한 계획 말고 진짜 작은 거. 공고 3개 보기, 자소서 한 문단 손보기, 오후에 20분 걷기 이런 식으로. 큰 목표 세우면 내가 또 거기에 눌리더라. 다들 이런 날 있지 않냐. 분명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닌데, 하루 끝나면 괜히 스스로한테 미안한 날. 너네는 이런 날 기분 어떻게 추슬러? 억지로라도 루틴 밀고 가는 편인지, 그냥 하루 쉬어주는 편인지 좀 궁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