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래 취미 물어보면 맨날 대답 애매했거든ㅋㅋ 운동도 막 엄청 즐겨서 하는 타입은 아니고, 다이어트는 평생 숙제 같아서 늘 하긴 하는데 그걸 취미라고 하긴 좀 그렇잖아. 근데 최근에 진짜 은근하게 푹 빠진 게 산책하면서 동네 사진 찍는 거야. 처음엔 그냥 저녁 먹고 바로 눕기 싫어서 나갔는데, 걷다 보니까 서울 골목골목이 생각보다 되게 재밌더라. 카페 예쁜 데나 큰 길보다도 이상하게 주택가 담벼락, 해 질 때 하늘 색, 나무 그림자 이런 게 눈에 들어옴.
특히 다이어트 신경 쓰는 사람들은 알 거야, 맨날 칼로리랑 몸무게 숫자만 보다 보면 기분이 좀 빡빡해질 때 있잖아. 나도 괜히 아침에 몸무게 보고 기분 출렁이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 이어폰 끼고 한 시간쯤 걸으면서 사진 몇 장 찍으면 머리가 좀 비워지는 느낌? 그렇다고 무슨 작품처럼 찍는 건 아니고 그냥 폰으로 막 찍는 수준인데, 집 와서 보면 “어 오늘 하늘 예뻤네” 싶은 게 남아서 좋더라. 뭔가 하루를 그냥 보낸 느낌이 덜해.
재밌는 건 이 취미 생기고 나서 억지로 걷는 느낌이 좀 줄었어. 예전엔 만 보 채워야지, 몇 칼로리 썼겠지 이런 생각이 먼저였는데 요즘은 오늘은 어느 골목 돌아볼까, 장미 핀 데 아직 남아있나 이런 쪽으로 머리가 감. 그러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덜 지루하게 움직이게 되는 것 같음. 물론 이게 뭐 엄청난 변화 준다 이런 건 아닌데, 적어도 나는 숫자 스트레스에서 잠깐 빠져나오는 데 도움 되는 느낌은 있었어.
혹시 나처럼 다이어트 때문에 걷기는 해야 하는데 너무 재미없다 싶은 사람 있으면 사진 찍기 붙여보는 거 추천해보고 싶다. 잘 찍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남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기록 느낌으로. 나 요즘은 “오늘 제일 마음에 드는 한 컷만 찍기” 이런 식으로 혼자 미션 정해서 나가는데 그게 은근 중독됨ㅋㅋ 다들 요즘 이런 소소한 취미 뭐 있는지 궁금하다. 집순이도 하기 쉬운 걸로 더 있으면 좀 알려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