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후 귀 먹먹함, 숫자로 먼저 보는 여름철 흐름
8월 한 달 동안 외이도염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은 27만 명을 넘어섭니다. 봄가을에는 매달 15만에서 17만 명대를 유지하던 진료 인원이 여름철에 들어서면 눈에 띄게 늘어나는 흐름입니다. 샤워 후 귀가 먹먹하고 물 찬 느낌이 안 빠져요라는 말로 증상을 설명하며 이비인후과를 찾는 경우도 이 무렵부터 부쩍 늘어납니다. 단순히 물이 남아 있는 느낌이라 여기고, 물기가 마르면 낫겠거니 하며 며칠을 기다리다가 통증까지 겹친 뒤에야 원인을 확인하게 되는 흐름도 이 시기에 자주 반복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외이도염 환자는 봄가을 한 달 15만~17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7월 21만 7000명, 8월 27만 1000명으로 늘었습니다.[1]
장마와 무더위가 겹치는 시기에는 샤워나 물놀이 횟수 자체가 늘어나는 데다, 높은 습도 탓에 한 번 젖은 귀 안쪽이 잘 마르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봐도 이런 흐름은 한 해만 반짝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패턴에 가깝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6년간 외이도염 진료 환자 수를 월별로 분석한 결과, 매년 8월 평균 27만 1000명이 진료를 받았고 2012년 8월에는 29만 명 이상이 진료를 받았습니다.[2]
이런 통계를 알고 나면, 먹먹함을 단순히 물이 안 빠진 상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물 자체보다 그 이후의 환경이 증상을 더 크게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먹먹함의 원인, '물 때문'이라는 생각과 다른 경우
샤워 후에 남는 먹먹함을 두고 가장 흔히 하는 생각은 아직 물이 안 빠져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귀 안에 고인 물 자체는 대부분 몇 시간 안에 자연스럽게 흘러나갑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후입니다.
물기가 남아 있던 자리는 외이도 피부를 무르게 만들고, 이 상태에서 손이나 면봉으로 자꾸 건드리면 얇아진 피부에 미세한 상처가 생기기 쉽습니다. 여기에 땀과 먼지까지 더해지면 염증으로 이어지는 조건이 갖춰지는 셈입니다.
면봉으로 안쪽까지 닦아내는 습관은 시원한 느낌과 달리, 귀지를 더 깊이 밀어넣거나 피부를 자극해 염증을 부르는 대표적인 악화 요인으로 꼽힙니다. 귀지 자체는 외이도를 보호하고 이물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억지로 파내려는 시도가 오히려 방어벽을 무너뜨리는 셈입니다.
물에 불어 커진 귀지가 외이도 일부를 막으면서 먹먹함과 소리가 울리는 느낌을 함께 만들어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경우는 물이 빠졌는데도 먹먹함이 계속 남아 있다고 느끼게 되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볍게 지나가는 먹먹함과 구분해야 할 신호
먹먹한 느낌이 하루 이틀 안에 스스로 줄어들고 통증이나 가려움이 없다면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먹먹함이라도 원인은 한 가지로 묶이지 않습니다.
| 구분 | 가벼운 경우 | 주의가 필요한 경우 |
|---|
| 통증 | 거의 없거나 미미함 | 만지면 통증이 뚜렷함 |
| 지속 기간 | 1~2일 내 호전 | 3일 이상 지속 |
| 동반 증상 | 특별한 증상 없음 | 가려움·진물·열감 동반 |
| 청력 변화 | 일시적으로만 먹먹함 | 소리가 계속 작게 들림 |
만지면 통증이 뚜렷하거나 진물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물 자국으로 넘기기보다 원인을 확인해봐야 하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삼출성중이염은 중이에 액체가 고이면서 소리가 잘 안 들리고 먹먹한 느낌이 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소아의 경우 먹먹함이 단순 외이도 문제가 아니라 삼출성중이염일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서울 지역 3~7세 소아 3,364명을 검진한 결과 11.74%에서 삼출성중이염이 확인됐고, 4세에서 30.0%로 가장 높았으며 3월에 가장 흔했습니다.[3]
성인과 달리 소아는 증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먹먹함을 호소하기보다 소리에 반응이 둔해지거나 자꾸 귀를 만지는 행동으로 먼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이 들어간 직후부터 순서대로 해보는 관리
물이 들어간 것을 느낀 순간부터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샤워 직후에는 젖은 쪽 귀를 아래로 기울이고 귓바퀴를 살짝 당기며 10~15초 정도 기다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합니다.
- 5분이 지나도 먹먹함이 남아 있다면 마른 수건으로 귓바퀴 바깥쪽 물기만 가볍게 눌러 닦아냅니다.
- 드라이어를 쓸 경우 가장 약한 바람으로 귀에서 30cm 이상 떨어뜨려 10~20초씩 짧게 사용합니다.
- 1~2시간이 지나도 먹먹함이 그대로라면 면봉 대신 그대로 두고 관찰하며 손으로 자꾸 만지지 않습니다.
- 하루가 지나도 증상이 그대로거나 통증이 새로 생기면 원인을 확인해야 하는 시점으로 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은 드라이어의 거리와 시간입니다. 너무 가까이, 너무 오래 뜨거운 바람을 쐬면 물기를 말리기는커녕 얇은 피부를 자극해 증상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순서를 지킨다고 모든 먹먹함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염증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면 자가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 찬 느낌, 집에서 지켜볼 때와 진료로 넘어가야 할 때
통증 없이 먹먹함만 남아 있고 하루 이틀 사이 스스로 줄어드는 경우라면 앞서 정리한 순서대로 자가 관리를 하며 지켜볼 수 있습니다. 반면 만졌을 때 통증이 뚜렷하거나 진물, 가려움이 함께 나타난다면 자가 관리보다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외이도염 진단을 받으면 항생제를 써야만 낫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Clinical Otolaryngology 연구팀 등이 무작위대조시험 17편을 검토해 10편을 통합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 따르면 급성 외이도염에서 국소 소독제 또는 국소 스테로이드 단독요법과 국소 항생제를 비교했을 때 완치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4]
이는 특정 상황에서 항생제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증상과 정도에 따라 선택지가 여러 가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자가 판단으로 약을 고르기보다는, 정도에 맞는 방법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합니다.
따로 정리해두는 질문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