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목덜미에서 만져진 몽우리, 표피낭종부터 떠올리는 이유
저녁 8시, 의정부의 한 가정에서 샤워를 마친 30대 남성이 수건으로 목덜미를 닦다가 콩알만 한 몽우리를 발견합니다. 눌러도 아프지 않고 피부색도 그대로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만져지는 이 덩어리 때문에 신경이 쓰여 검색창을 열어보는 상황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져지는 몽우리의 상당수는 표피낭종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표피낭종은 피부 표피세포가 진피 아래로 말려 들어가 주머니 형태의 낭종벽을 만들고, 그 안에 각질과 피지 성분이 쌓이면서 생기는 양성 종괴입니다. 얼굴, 목, 귀 뒤, 몸통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생길 수 있으며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커지는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졌을 때 단단하면서도 피부 아래에서 잘 움직이고, 표면 가운데에 작은 중심점(punctum)이 보인다면 표피낭종을 먼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왜 유독 잘 재발하나, 표피낭종이 반복해서 자라는 구조
표피낭종은 모낭 깔때기 부위의 상피세포가 피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외상이나 여드름성 염증, 모낭이 막히는 상황이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뚜렷한 원인 없이 생기는 경우도 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낭종을 둘러싼 주머니, 즉 낭종벽의 존재입니다. 낭종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 안의 내용물만 빼내는 처치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표피낭종은 같은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차오르며 재발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관찰만 할지 짜낼지 도려낼지, 표피낭종 치료 세 갈래 비교
표피낭종을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크기와 염증 여부, 위치,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집니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절개배농은 급한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낭종벽을 남겨두기 때문에 재발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반면 완전절제술은 낭종벽 전체를 함께 들어내는 방법이어서 현재까지는 재발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꼽힙니다.
치료 방향을 정하기 전에는 이 덩어리가 실제로 표피낭종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지방종 등 다른 물혹과 혼동되는 경우가 있어 초음파 검사로 감별하기도 합니다.
Lee 등(Korean Journal of Radiology, 2019)이 제안한 표피낭종 초음파 진단모델은 검증군(n=93)에서 민감도 91.4%, 특이도 77.1%, 정확도 86.0%(AUC 0.902)를, 유도군(n=112)에서는 민감도 82.1%, 특이도 85.7%를 보였습니다.[1]
민감도 91.4%라는 수치는 특정 진단모델을 검증한 하나의 연구 결과이며 모든 병·의원,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값은 아닙니다. 초음파 소견은 진단을 돕는 참고 자료일 뿐, 최종적인 치료 방향은 병변의 크기와 염증 상태 등을 종합해 결정하게 됩니다.
염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수술 타이밍이 달라지는 이유
표피낭종이 붉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동반되는 급성 염증기에는 곧바로 절제술을 시도하기보다 항생제 복용이나 절개배농으로 급한 염증부터 가라앉히는 순서가 흔히 적용됩니다. 조직이 부어 있는 상태에서는 낭종벽과 주변 조직의 경계가 흐려져 있어 절제 범위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