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진 새벽 공기에 옷장 속 가을 옷을 꺼내다 보면, 작년까지 발등을 살짝 덮던 바지 밑단이 올해는 유독 길게 남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체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옷 길이가 유난히 남는다면, 완경 이후 키가 줄고 등이 굽어요라는 변화의 신호일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울 앞에서 어깨가 앞으로 말리고 등 위쪽이 둥글게 휘어 보이는 변화가 같은 시기에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키가 줄고 등이 굽는 변화, 방치하면 생기는 일
피부 탄력이 떨어지거나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옷 밑단이 유독 길게 남을 만큼 키가 줄어드는 변화를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완경 이후 척추뼈 하나하나가 빠르게 약해지면서 미세한 압박골절이 여러 마디에 걸쳐 쌓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에서는 젊었을 때보다 키가 4센티미터 이상 줄었거나, 1년 사이에 2센티미터 이상 줄었을 때 척추 압박골절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합니다.
이 기준에 못 미친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등이 굽는 자세 변화만으로도 폐가 눌려 숨이 얕아지고, 위와 장이 압박을 받아 식사량과 소화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골밀도가 낮아진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척추와 자세 외에 다른 곳에서도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등이 굽는 변화는 자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 감각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척추뼈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1년 사이 키가 2센티미터 이상 줄었다
- 바지 허리선이나 치마 길이가 예전보다 헐렁해졌다
- 등을 곧게 펴려 해도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 갈비뼈 아래쪽과 골반 사이 공간이 좁아진 느낌이 든다
- 앉았다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핑 도는 어지럼이 동반된다
등이 굽고 키가 줄어드는 진짜 이유
완경을 지나면 난소에서 만들어지던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서 뼈를 새로 만드는 속도보다 흡수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척추뼈는 다른 부위보다 해면골, 즉 스펀지 모양의 뼈 조직 비율이 높아 이 변화에 특히 취약합니다. 여기에 등을 곧게 세워주는 척추기립근과 다열근의 근력까지 함께 줄어들면, 뼈와 근육 양쪽에서 자세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집니다.
뼈 대사가 흐트러지면 파장은 척추 바깥까지 퍼집니다.
이 시기 몸에 나타나는 신호와 진행 단계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 없이 오래 서 있을 때 등 위쪽이 뻐근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정도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 골밀도 검사를 하면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으로 확인되는 일이 흔합니다.
시간이 지나 압박골절이 한두 마디씩 쌓이면 등 상부가 둥글게 휘는 후만증 형태로 굳어지고, 허리를 펴려 해도 통증 때문에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더 진행되면 갈비뼈 아래쪽이 골반에 닿을 만큼 몸통이 짧아지고, 위와 장이 눌려 식사 후 더부룩함이나 역류 증상이 잦아지기도 합니다.
뼈와 자세는 통증이 느껴지기 훨씬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이 시기의 핵심입니다.
자세와 뼈를 지키는 생활 관리법 비교
완경 이후 뼈와 자세를 지키는 방법은 영양, 햇볕, 운동, 자세 습관 네 갈래로 나눠 살펴보는 것이 실천하기 쉽습니다. 각각 목표로 삼을 수치를 정해두면 관리가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이뤄집니다.
칼슘과 비타민D를 알약으로 함께 보충하면 무조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환자군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난 자료도 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칼슘과 비타민D를 함께 보충한 골다공증 여성 환자군에서 이석증 재발 위험이 오히려 유의하게 높았다(HR 1.122, 95% CI 1.011–1.246, P=0.030). 특히 40~49세 여성에서 재발률이 29.2%로 보충 미군 대비 46% 높았다(HR 1.464, 95% CI 1.030–2.082, P=0.034).[1]
이미 이석증을 겪었거나 어지럼증이 반복되는 40대라면 보충제 용량을 임의로 늘리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조정하는 쪽이 더 맞고, 어지럼 병력 없이 골감소증 단계에 있다면 음식으로 칼슘을 우선 채우고 부족한 부분만 보충제로 메우는 방식이 더 맞습니다.
생활관리만으로 부족할 때, 진료를 고려할 시점
생활 관리를 3개월 이상 꾸준히 실천했는데도 등 통증이 나아지지 않거나 키가 더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면 골밀도 검사로 넘어갈 시점입니다. 골밀도 검사에서 T-score가 -2.5 이하로 나오면 골다공증, -1.0에서 -2.5 사이면 골감소증으로 진단합니다.
골다공증은 한 진료과만의 영역이 아니라 여러 전문 분야가 함께 다루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대한골대사학회는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핵의학과, 치과, 영양학 등 여러 분야의 골다공증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다학제 학회이다.[2]
다만 생활 관리를 성실히 지켰다고 해서 골밀도 수치가 반드시 개선되는 것은 아니며, 이미 진행된 압박골절은 자세 교정이나 운동만으로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