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얼굴이 유난히 창백하고 잘 안 먹어요라는 말이 나오면, 흔히 원래 마른 체질이라서 그렇다거나 입이 짧아서 그렇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증상이 함께, 그것도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영유아기와 학동기, 초경을 시작한 청소년기는 철분이 부족해지는 배경도, 먼저 드러나는 신호도 서로 다릅니다. 나이대별로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방치했을 때 아이 몸속에서 벌어지는 변화, 나이마다 다릅니다
철결핍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단순히 혈색이 없어 보이는 수준을 넘어 성장과 발달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생후 6개월~36개월은 뇌 발달이 가장 활발한 시기라, 이 시기의 철분 부족은 인지·언어 발달 지연으로 이어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학동기 아이는 철분이 부족해도 겉으로는 그저 피곤해 보이는 정도로만 비칠 때가 많은데, 이 시기는 집중력과 학습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와 겹쳐 있어 성적 저하나 산만함으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청소년기는 급성장기와 맞물려 철분 요구량 자체가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특히 초경을 시작한 여학생은 매달 생리로 철분이 빠져나가는 양까지 더해져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초경을 시작한 여학생도 성인 여성과 같은 연령대에 들어서는 시기라는 점에서, 청소년기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우유를 좋아하는 아이와 초경을 시작한 아이, 철분이 부족해지는 경로는 다릅니다
돌 무렵 아이가 생우유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경우, 하루 700mL 이상을 마시면 돌 이후 생우유를 하루 700mL 넘게 마시면 철분 흡수를 방해하고 식사량까지 줄어듭니다. 우유가 주는 포만감 때문에 이유식이나 밥 섭취량이 자연히 줄어드는 것도 함께 작용합니다.
학동기에는 급성장과 함께 육류·녹색채소를 기피하는 편식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자나 흰 우유 위주로 배를 채우는 식습관이 몇 달만 이어져도 철 저장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 특히 초경을 시작한 여학생은 성인 여성과 비슷한 위험군에 들어섭니다.
초경을 시작한 여학생도 성인 여성과 같은 연령대에 들어서는 시기이므로, 생리량이 많다면 더 신경 써야 할 이유가 됩니다.
Kim 등이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10~18세 여학생 1,312명 중 빈혈 유병률이 5.3%, 철결핍성 빈혈은 4.2%였으며, 빈혈이 있는 여학생은 초경 경험 비율이 높고 붉은 고기를 덜 먹는 경향을 보였습니다.[1]
창백함과 식욕 저하, 연령별로 먼저 나타나는 신호가 다릅니다
영유아는 말로 불편함을 표현하지 못하는 대신 짜증이 늘고 잘 웃지 않으며, 체중이 예상만큼 늘지 않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드물게는 얼음이나 종이처럼 영양가 없는 것을 입에 대려는 이식증(異食症)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학동기 아이는 아침에 유난히 못 일어나거나 두통을 자주 호소하고, 이전보다 산만해졌다는 이야기를 담임 선생님에게 먼저 듣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어지럼증, 숟가락처럼 오목하게 휘는 손톱, 운동할 때 유난히 숨이 찬 증상이 겹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2주 이상 함께 보인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검사를 고려해볼 만합니다.
- 얼굴빛과 입술, 눈꺼풀 안쪽까지 창백함이 2주 이상 이어질 때
- 식욕 저하와 함께 최근 3개월간 체중이나 키 증가가 뚜렷하게 둔화됐을 때
- 쉽게 지치고 계단을 오를 때 유난히 숨이 찰 때
- 손발톱이 얇아지거나 잘 부서지고,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많이 빠질 때
예방과 관리, 아이 나이에 맞춰 접근을 달리해야 합니다
예방과 관리 방법은 나이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우유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영유아라면 우유량 조절이 먼저이고, 생리량이 많은 청소년이라면 철분 섭취량 증량과 부인과 상담이 더 맞는 접근입니다.
Pasricha 등이 「Lancet Global Health」에 발표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4~23개월 영유아가 매일 철분을 보충했을 때 빈혈 위험비는 0.61, 철결핍성 빈혈 위험비는 0.14로 낮아졌으나, 구토나 발열 같은 이상반응은 철분군에서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2]
다만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고 모두 철결핍은 아닙니다. 원래 피부가 얇고 흰 아이, 최근 잠이 부족했던 아이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 혈액검사 없이 눈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아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시점
철결핍은 치료 가능한 요인인데도 실제 임상에서는 종종 간과됩니다.
스스로 증상을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의 철결핍은 더욱 놓치기 쉬운 만큼, 창백함과 식욕 저하가 2주 이상 겹친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혈액검사(헤모글로빈·페리틴)를 받아보는 것이 정확한 확인 방법입니다.
특히 성장곡선이 정체되거나 평소와 달리 어린이집·학교 활동을 힘들어한다면, 검사 시점을 미루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