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하다 알게 된 C형간염, 감염 경로부터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헌혈을 하고 며칠 뒤 '정밀검사가 필요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말 그대로 헌혈하다 알게 된 C형간염 앞에서, 지금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함이 먼저 앞서지는 않으셨나요?
결과를 받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보통 '헌혈 때문에 옮은 건 아닐까'입니다. 하지만 헌혈에 쓰이는 바늘과 채혈 세트는 포장을 뜯어 한 번 쓰고 바로 폐기하는 1회용 기구이므로, 헌혈이라는 행위 자체로는 C형간염에 감염될 수 없습니다. 헌혈은 감염 경로가 아니라 이미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검사 기회에 가깝습니다.
실제 감염은 대부분 오염된 혈액과의 직접 접촉에서 시작됩니다.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시술이 대표적인 예로 꼽히며, 과거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가 확인된 적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은 2008년 12월 이후 약 7년간 주사기를 재사용했으며, 이용자 2,268명 중 검사를 마친 1,055명 가운데 78명이 C형간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1]
정맥주사·문신·피어싱처럼 혈액이 오갈 수 있는 시술에서 기구를 소독 없이 재사용하면 같은 방식으로 전파될 수 있으며, 혈액 안전관리가 지금보다 느슨했던 시기에 수혈을 받은 경우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헌혈 검사는 이런 과거의 노출 이력을 뒤늦게 확인해 주는 계기일 뿐입니다.
신고 의무만 믿고 있어도 안전할까요
C형간염 진단을 받으면 자동으로 보건당국이 다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신고 체계는 그렇게 촘촘하지 않습니다.
C형간염은 모든 의료기관에 신고 의무를 두고 있지 않지만, 역학적으로 연관된 집단환자가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의료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신고를 유도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2]
즉 집단감염처럼 뚜렷한 정황이 드러나야 신고와 조사가 시작되는 구조이며, 개별 의료기관이 매 사례를 의무적으로 통보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감염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런 신고 체계의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가건강검진에서 C형간염 항체검사가 이뤄지는 시점은 만 56세 1회뿐입니다. 그 이전이나 이후 연령대는 수술 전 검사, 헌혈, 임신 초기 검사처럼 우연한 계기가 없으면 스스로 검사를 받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연말연시처럼 회식과 음주 자리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간에 걸리는 부담이 함께 커지므로, 감염 여부를 모르는 채로 이런 시기를 반복해서 보내는 것은 간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간이 아프면 티가 날 거라는 생각, 사실일까요
간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이나 눈에 띄는 증상부터 나타난다고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C형간염은 감염 초기부터 상당 기간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거의 없어서, 염증이 쌓여도 몸이 바로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 간섬유화나 간경변으로 진행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래와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면 경과 관찰만으로는 부족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 구분 | 경과를 지켜볼 수 있는 경우 | 진료가 필요한 신호 |
|---|
| 몸 상태 | 약간의 피로감, 특별한 통증 없음 |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함(황달) |
| 소변·대변 | 평소와 비슷함 | 소변 색이 짙어지고 대변이 옅어짐 |
| 복부·피부 | 팽만감 없음 | 복부가 부풀거나 멍이 잘 생김 |
이 중 황달, 짙은 소변, 잦은 멍은 간 기능이 상당히 저하됐을 때 나타나는 신호이므로 확인되는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이런 신호 없이 피로감 정도만 있는 상태라면 정기 검사로 경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헌혈하다 알게 된 C형간염, 확진 후 첫 3개월 관리
확진 판정을 받고도 실제로 치료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만 56세 대상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첫해인 2025년 대상자 71만3010명 중 53만7726명이 검진을 받아 수검률 75.5%를 기록했으며, 이 중 0.8%인 4,360명이 항체 양성 판정을 받았고 확진검사 수검자의 57.0%인 1,116명이 최종 확진됐지만 실제 치료를 시작한 비율은 18.0%에 그쳤습니다.[3]
확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결과는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항체 양성이 확인된 뒤에는 아래 순서대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 항체검사 양성이 나오면 2~4주 이내에 RNA 정밀검사로 실제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확인합니다.
- RNA 양성이 확인되면 간 기능 수치와 섬유화 정도를 함께 검사합니다.
-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그날부터 음주를 완전히 중단합니다.
- A형·B형간염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접종을 진행합니다.
- 면도기, 손톱깎이, 칫솔처럼 혈액이 묻을 수 있는 물건은 다른 가족과 따로 사용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경구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로 8~12주간 복용하는 것이 현재 표준적인 방법이며, 복용 기간에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혈액검사를 반복해 바이러스 수치 변화를 확인합니다.
항체만 양성인 경우와 RNA까지 양성인 경우, 관리가 다릅니다
같은 '양성' 통보라도 이후 대응은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RNA 검사는 혈액 속에 바이러스 유전자가 실제로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RNA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라면 과거에 감염됐다가 자연적으로 해결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 반복 검사로 경과를 지켜보는 관리가 중심이 되고, RNA가 양성이면서 간섬유화까지 진행된 경우라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서두르는 쪽이 더 맞습니다. 음주 경력이 길거나 지방간이 함께 있는 경우라면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같이 진행해야 합니다.
치료 여부와 별개로, 만성 C형간염 이력이 있다면 간암 검진 대상에도 해당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검진 사업에 따르면 간암 검진 고위험군은 간경변증, B형간염항원 양성, C형간염항체 양성, 또는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로 정의됩니다.[4]
즉 RNA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사라졌더라도 C형간염항체 양성 이력 자체가 간암 검진 고위험군 기준에 포함되므로, 정기적인 간 초음파와 혈액검사는 계속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과지를 받고 나면 떠오르는 질문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