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일이에요. 야간 인계 막 끝나고 병동 한 바퀴 도는데, 막 수술 끝내고 올라온 환자 한 분이 통증을 너무 심하게 호소했었어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식은땀까지 나는데, 그 시간에 저는 처치 준비보다 먼저 전산부터 열고 있었네요. 새로 내려온 지침 때문에 체크해야 하는 항목이 확 늘어서, 그걸 안 하면 나중에 왜 누락됐냐고 바로 전화가 오거든요. 손은 키보드 두드리고 있는데 마음은 자꾸 침상 쪽으로 가고... 그 기분이 아직도 남아요 ㅠㅠ
그날 따라 보호자 호출도 겹쳤고, 신규 간호사는 다른 방에서 IV 잡느라 허둥대고 있었어요. 저는 통증 사정 다시 하고 처방 확인해서 약 들어가게 했는데, 그 몇 분이 너무 길게 느껴졌었어요. 환자는 “지금 너무 아픈데 이거 꼭 지금 입력해야 하냐”고 하셨고요. 그 말 듣는데 진짜 얼굴이 화끈했어요. 맞는 말이니까요. 설명은 했지만, 솔직히 설명한다고 덜 민망한 건 아니더라고요.
병동 일 오래 했어도 이런 순간은 안 무뎌져요. 현장은 사람 몸이 먼저인데, 자꾸 시스템이 먼저인 척하게 만들어요. 지침 하나 새로 붙일 때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하잖아요. 근데 그 이유가 침상 앞에서 버티는 사람 시간까지 가져가면, 그건 이미 잘못 건드린 거예요. 간호사들이 요령이 없어서 허둥대는 게 아니에요. 할 일이 진짜 환자한테서 멀어지게 쌓이는 거예요.
그날 새벽에 차트 마무리하면서 좀 허탈했었네요. 통증은 잡혔고 환자도 나중엔 잠드셨는데, 저는 이상하게 제가 제 일을 제대로 못 한 느낌이 남았어요. 바빠서 그랬다, 원래 다 그렇다, 그렇게 넘기기엔 그 환자 표정이 너무 선명했어요. 현장 안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다 알 거예요. 인력이 부족한 것도 힘든데, 사람 손보다 기록 칸을 더 믿는 분위기가 제일 사람 지치게 한다는 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