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 손등 반점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 계절
늦여름 자외선에 그을렸던 피부가 초가을로 접어들며 서서히 원래 톤을 되찾아가는 시기입니다. 이맘때 유독 손등이나 손가락 마디의 흰 반점이 도드라져 보이면서 손등에 하얀 반점이 자꾸 번져요라는 걱정으로 진료를 문의하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반점 자체가 넓어진 것인지, 주변 피부톤과의 대비가 커져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육안만으로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이때 먼저 시행하는 검사가 우드등(Wood's lamp) 검사입니다. 파장 약 365nm의 자외선A를 반점에 비추면 멜라닌 색소가 거의 없는 부위는 청백색으로 밝게 형광 반응을 보입니다. 이 형광 반응의 범위가 육안으로 보이는 흰 반점보다 넓게 나타난다면, 색소 소실이 이미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진행된 상태로 해석합니다.
손등처럼 자주 부딪히거나 문지르는 부위는 사소한 마찰만으로도 일시적인 탈색이 생겼다가 몇 주 안에 자연히 옅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드등으로 확인했을 때 형광 경계가 흐릿하고 반점 지름이 손톱보다 작다면 우선 경과를 지켜보는 범위로 보고, 경계가 또렷해지고 지름이 1cm 이상으로 커졌다면 정밀 검사가 필요한 범위로 나눠 판단합니다.
왜 하필 손등에서 시작해 계속 번지는가
백반증은 피부색을 만드는 멜라닌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점차 파괴되면서 나타납니다. 어떤 계기로 이 공격이 시작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확인되지만, 자가면역 반응이 멜라닌세포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기전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쾨브너 현상이라고 해서, 반복적인 마찰이나 작은 상처가 난 자리를 따라 새 반점이 생기는 특징이 있습니다. 손등과 손가락 마디는 물건을 쥐고 씻고 부딪히는 동작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는 부위라서, 다른 부위보다 새 반점이 시작되거나 기존 반점이 옆으로 번지는 자리로 자주 꼽힙니다.
자가면역 반응이 잠잠해지지 않는 한 새로 만들어지는 멜라닌세포도 계속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반점은 한 번 생겼다고 끝나지 않고 시간을 두고 번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도구와 치료법,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우드등 검사가 형광 반응으로 범위를 가늠하는 선별 검사라면, 피부 조직검사(생검)는 반점 부위에 멜라닌세포가 실제로 몇 개나 남아 있는지 현미경으로 직접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경계가 애매하거나 어루러기와 감별이 필요한 초기 단계에서는 조직검사까지 진행해 확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구분 | 백반증 | 어루러기(전풍) |
|---|
| 우드등 형광색 | 청백색 | 황록색~황금색 |
| 경계 | 비교적 뚜렷하고 매끈함 | 흐릿하고 불규칙 |
| 표면 질감 | 주변 피부와 동일, 인설 없음 | 미세 인설(각질) 동반 |
| 주요 원인 | 멜라닌세포 파괴(자가면역 관련) | 말라세지아 곰팡이 과증식 |
반점 범위가 손등 한쪽에 국한돼 있고 크기가 작다면 국소 부위에 정밀하게 빛을 쬐는 엑시머 레이저 치료가 먼저 고려되고, 손과 팔 여러 곳에 반점이 흩어져 있다면 넓은 부위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협대역 자외선B(NBUVB)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색이 돌아오는 모양으로 반응 정도를 가늠합니다. 반점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좁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모낭 하나하나를 중심으로 작은 점처럼 색이 돌아오는 모습이 가장 자주 관찰되는 회복 신호입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Dermatology에 발표된 연구(2010)에 따르면, 308 nm 엑시머 레이저 치료로 효과적 반응을 보인 52명의 한국인 백반증 환자에서 가장 흔한 재색소침착 양상은 모낭주위형(51.3%)이었으며, 그 뒤를 가장자리형, 미만형, 혼합형이 이었습니다.[1]
치료 방향을 엇나가게 하는 흔한 오해들
백반증은 만졌다고 옮거나 손을 자주 씻는 세제 성분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색소가 빠지는 것은 몸 안의 면역 반응 문제이지, 피부 표면의 위생이나 접촉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손등 반점을 곰팡이 감염인 어루러기와 같은 것으로 여기고 항진균 연고만 바르다가 진단 시기를 늦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질환은 겉모습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어루러기는 백반증과 외관상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원인과 치료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2]
햇빛을 오래 쬐면 반점이 저절로 옅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외선에 노출된 주변 피부만 더 짙어지면서 오히려 반점의 경계가 더 뚜렷하게 대비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외선 노출이 반점을 없애주는 치료 효과를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진료로 이어져야 하는 변화의 신호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면 경과 관찰 대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손등 반점이 2~3주 사이 눈에 띄게 커지거나 새 반점이 함께 생긴 경우
- 반점 안쪽에 흰 머리카락처럼 모낭 주변 색소까지 함께 빠진 경우
- 얼굴, 입술, 눈 주변처럼 점막에 가까운 부위로 번진 경우
- 가족 중 백반증이나 갑상선 질환, 원형탈모 같은 자가면역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이미 치료를 받고 있다면 재색소침착 패턴으로 경과를 판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협대역 자외선B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도 모낭 주위부터 색이 돌아오는 양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Dermatology에 발표된 한국인 백반증 환자 연구(Yang 등, 2010)에 따르면 협대역 자외선B(NBUVB) 치료로 효과적 반응을 보인 51명에서 가장 흔한 재색소침착 양상은 모낭주위형(42.2%)이었습니다.[3]
다만 모낭주위형 패턴이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완전히 회복된다는 뜻은 아니며, 색이 돌아오는 속도와 범위는 부위와 개인의 면역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손등 백반, 짧게 답하는 질문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