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신발을 벗다가 들었던 한마디
퇴근길 지하철에서 신발을 벗다가 옆자리 동료가 웃으며 건넨 말이 있습니다. "발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신발이 다 젖어요? 양말 색이 아예 달라졌네요." 가벼운 농담처럼 들렸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매일 신경 쓰이던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발바닥에서 땀이 과도하게 분비돼 양말과 신발이 반복적으로 젖는 상태를 족부 다한증이라고 부릅니다. 손이나 겨드랑이 다한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신발 안이라는 밀폐된 환경 때문에 체감하는 불편함은 작지 않습니다. 신발을 하루에 두세 번 갈아 신어야 할 정도라면, 원래 땀이 많은 편이라고만 여기기보다 다한증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손발이 유독 축축해지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한증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에크린땀샘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원발성 다한증과, 갑상선 질환이나 당뇨 같은 다른 질환·약물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속발성 다한증으로 나뉩니다. 발 다한증의 상당수는 원발성에 해당하며, 정확히 어떤 신경 경로가 관여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다한증과 가족력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국내 자료도 있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 다한증센터에 내원한 환자 255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평균 발병 연령은 15.0±8.78세였고, 가족력이 있는 환자(34.1%)의 발병 연령이 가족력이 없는 환자보다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
다만 이는 한 대학병원 다한증센터에 내원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전체 다한증 환자의 발병 양상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은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발 다한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들
발 다한증의 대표적인 특징은 온도와 무관하게 발바닥 전체에서 땀이 배어 나온다는 점입니다. 아침에 신은 양말이 오후가 되기 전에 축축해지고, 신발 안창이 변색되거나 냄새가 심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땀으로 피부가 계속 습한 상태에 머무르면 무좀 같은 진균 감염이나 습진이 함께 나타나기 쉽고, 양말 안에서 미끄러지는 느낌 때문에 운동화보다 슬리퍼를 선호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한증이 시작되는 시기와 주로 나타나는 부위에도 일정한 경향이 있습니다.
다한증의 발병 시기는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손 다한증은 어린이나 청소년기에, 겨드랑이 다한증은 사춘기 이후 20대 초반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다한증은 주로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나타납니다.[2]
즉 발바닥에 땀이 심하게 나는 경우는 손바닥 다한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에, 손도 자주 축축한 편인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루 루틴으로 축축함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발 다한증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생활 습관을 조정하면 불편함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 면이나 흡습 기능이 있는 양말을 하루 2회 이상 갈아 신고, 신던 양말은 완전히 말린 뒤 재사용합니다.
- 신발은 한 켤레만 계속 신지 말고 최소 2켤레를 번갈아 신어 24시간 이상 완전히 건조시킨 뒤 다시 착용합니다.
- 알루미늄클로라이드 성분 제한제를 밤에 바르고 6~8시간 뒤 씻어내는 방식으로 주 3~4회 사용합니다.
- 가정용 이온영동치료기를 사용할 경우 1회 20~30분씩 주 3회 정도 시행하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므로 2~4주는 지속해야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한제나 이온영동치료는 사용을 멈추면 며칠 안에 다시 땀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나아졌다고 바로 중단하기보다 주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존적 치료와 수술, 상황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다릅니다
발 다한증 치료는 크게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뉘며, 방법마다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과 고려해야 할 시점이 다릅니다.
| 구분 | 보존적 치료 | 수술적 치료(교감신경절제술) |
|---|
| 대표 방법 | 제한제, 이온영동치료, 보톡스 주사 | 요추교감신경 절제술 |
| 효과 지속 | 수일~수개월, 반복 시행 필요 | 비교적 장기간 지속 |
| 고려 시점 | 증상이 경미하거나 초기 단계 |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때 |
다한증은 약물·이온영동치료·보톡스 등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을 때 수술을 고려하며, 손·겨드랑이 다한증은 흉부교감신경을, 발 다한증은 요추교감신경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3]
제한제나 이온영동치료로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조절되는 경우라면 보존적 치료를 유지하는 편이 부담이 적지만, 이런 방법을 몇 개월간 시도했는데도 신발이 젖는 정도가 그대로라면 수술적 치료를 의료진과 상의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만 요추교감신경절제술은 발의 땀은 줄일 수 있어도 다른 부위에서 땀이 늘어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나타날 수 있어, 수술 전 예상되는 변화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검사와 진료는 실제로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
발 다한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가장 먼저 진행되는 것은 문진과 육안 관찰입니다.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됐는지, 하루에 양말을 몇 번 갈아 신는지, 가족 중에 비슷한 증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보통 10~15분 정도가 걸립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요오드와 전분 용액을 발바닥에 발라 땀이 나는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는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하며, 이 경우 진료 시간이 30분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검사와 치료 항목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항목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문진과 기본적인 이학적 검사는 일반 외래 진료의 범주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톡스 주사나 이온영동치료, 미라드라이 같은 시술은 치료 목적보다 미용적 요소가 크다고 판단되면 비급여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반면 요추교감신경절제술처럼 보존적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중증 다한증에 시행하는 수술은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본인부담 비율과 심사 기준은 시행하는 의료기관과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료 전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검사나 진료를 받으러 갈 때는 신분증과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만 있으면 충분하고, 별도의 금식이나 사전 준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오드-전분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 방문 당일 발에 로션이나 파우더를 바르지 않고 오는 것이 검사 결과를 더 정확하게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병원 진료를 고려해야 하는 신호들
하루에 양말을 세 번 이상 갈아 신어야 하거나, 제한제와 이온영동치료를 몇 주간 시도했는데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경우, 땀으로 인한 무좀이나 습진이 반복되는 경우는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발에만 갑자기 땀이 심해지고 손발 저림이나 체중 변화 같은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다한증이 아니라 다른 원인을 감별해야 할 수도 있어 진료가 필요합니다.
검사와 치료를 앞두고 흔히 나오는 질문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