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방암 인식주간, 어머니의 병력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시기
10월이 다가오면 병원과 보건소마다 유방암 인식주간을 알리는 문자와 현수막이 늘어납니다. 정기 유방촬영 예약 문자를 받고 핑크리본 캠페인 소식을 접하는 이 시기가 되면, 어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가족들은 자신도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어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전자 검사 대상이 자동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진단 당시 나이가 50세 이전이었는지, 유방암과 난소암을 모두 진단받았는지, 양쪽 유방에 각각 암이 생겼는지, 친가나 외가에 유방암·난소암을 앓은 다른 가족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BRCA1·BRCA2 유전자는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이 고장 나는가
BRCA1과 BRCA2는 세포 안에서 손상된 DNA를 고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입니다. 정상 세포는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DNA 이중가닥 절단을 이 유전자들이 만든 단백질로 수선합니다. 이 DNA 손상 복구 기능이 유전자 변이로 인해 망가지면 손상된 DNA가 그대로 쌓이고, 세포가 통제 없이 증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BRCA1 또는 BRCA2 변이는 유방암뿐 아니라 난소암 위험과도 연결되어 있어, 임상에서는 유방암 가족력과 함께 난소암 가족력도 살펴봅니다.
난소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배란 횟수가 꼽히며, 이른 초경이나 늦은 폐경, 불임 등 배란 횟수가 많을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발병률이 크게 증가한다.[1]
이런 이유로 유전 상담을 받을 때는 유방암 가족력뿐 아니라 난소암 병력도 함께 정리해 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유전자 패널 검사는 실제로 무엇을 읽어내고, 결과는 어떻게 나뉘나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 즉 NGS 방식으로 BRCA1·BRCA2를 포함한 여러 유전자를 한 번에 읽습니다. 채혈관 한 개 분량의 혈액이나 면봉으로 채취한 구강 상피세포에서 DNA를 뽑아낸 뒤, 해당 유전자 부위의 염기서열을 수백 번에서 수천 번 중복해 읽어 기준 서열과 비교하는 방식이며,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2주에서 4주가 걸립니다.
비교 결과는 다섯 단계로 분류되며, 이 판정에 따라 이후 대응이 달라집니다.
| 판정 결과 | 의미 |
|---|
| 병원성 변이 (Pathogenic) |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된 변이입니다. 유전 상담과 추가 검진 계획이 필요합니다. |
| 병원성 추정 변이 (Likely pathogenic) | 병원성일 가능성이 높지만 근거가 병원성 변이만큼 확정적이지는 않은 변이입니다. |
| 의미 불명 변이 (VUS) | 현재까지의 자료로는 해롭다고도 무해하다고도 판단할 수 없는 변이입니다. |
| 양성 추정 변이 (Likely benign) | 암 위험과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은 변이입니다. |
| 양성 변이 (Benign) | 일반인에게도 흔히 발견되는 정상 범위의 변이입니다. |
검사지에 '이상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의미 불명 변이가 포함된 경우가 있으므로, 결과지의 세부 항목을 유전 상담사와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검사 전략 — 바로 유전자 검사로 갈지, 상담부터 받을지
가족력이 뚜렷하지 않은 고위험군에서도 실제 변이가 발견되는 비율은 낮지 않습니다.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HBRA, Son 등, 「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2012)에서 가족력이 없는 고위험 유방암 환자 758명의 BRCA1/2 변이 보유율은 8.6%였다. 35세 미만 조기 발병군은 10.0%(271명 중), 35세 이상은 2.9%, 양측성 유방암은 17.7%(124명 중)였고, 유방암과 난소암을 모두 진단받은 6명 중 3명(50.0%)이 변이 보유자였다.[2]
이 수치는 35세 이전 진단이나 양측성 유방암처럼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가족력이 뚜렷하지 않아도 검사를 고려할 근거가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어머니가 40대 이전에 진단받았거나 유방암과 난소암을 모두 앓은 친척이 있다면, 유전 상담사를 먼저 만나 어떤 유전자까지 확인할지 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어머니가 60대 이후 한 차례만 유방암을 진단받았고 다른 가족력이 없다면, 정기 유방촬영과 초음파 검진을 우선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족력과 유전자 검사,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유전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가족력을 둘러싼 오해를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반복해서 바로잡게 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어머니가 유방암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자녀가 반드시 변이를 물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BRCA 변이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라 자녀에게 전달될 확률과 전달되지 않을 확률이 각각 50%입니다.
-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해서 유방암 위험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반 인구 수준의 발생 위험은 그대로 남아 있고, 검사 패널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유전자가 원인인 가족도 있습니다.
- 이십 대에 한 번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평생 다시 검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패널에 포함되는 유전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수년 뒤 확장된 패널로 다시 검사하면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검사 패널에 포함되지 않은 유전자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전 요인 때문에, 가족력이 뚜렷한데도 변이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가족력에 기반한 검진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전 상담과 검사를 고려해야 하는 시점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검사를 받기 전에 유전 상담사와 먼저 상담하는 단계를 권합니다.
- 어머니나 자매가 50세 이전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 한 사람이 유방암과 난소암을 모두 진단받았거나, 양쪽 유방에 각각 암이 생긴 경우
- 친가나 외가를 통틀어 유방암 또는 난소암을 진단받은 가족이 두 명 이상인 경우
- 남성 가족 중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
검사 시점 자체가 급한 것은 아니어서, 임신·출산 계획이나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 이전에 맞춰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 과정에서는 1촌 관계인 부모, 형제자매, 자녀의 위험도 함께 다루게 됩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