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이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중화 항체로 생쥐 실험서 높은 생존율 확인
최근 잭슨 연구소(JAX)의 연구진이 개발한 항체 칵테일이 인플루엔자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 치료법은 면역 체계가 약화된 생쥐를 포함해 거의 모든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생쥐를 보호하는 효과를 보였다. 기존 FDA 승인 독감 치료제는 바이러스 효소를 표적으로 삼아 빠른 돌연변이에 취약했지만, 이번 항체 칵테일은 반복 노출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가 회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 개발과 환자 생존율 향상에 큰 의미를 지닌다. 백신 개발에는 통상 6개월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경우 항체 치료제의 가치가 더욱 높다.
연구진은 기존 중화 항체 개념을 넘어, 감염된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비중화’ 항체에 주목했다. 중화 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직접 차단하는 반면, 비중화 항체는 이미 감염된 세포에 표식을 붙여 면역 세포가 이를 제거하도록 유도한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H5와 H7 조류 독감과 같은 치명적 변종에도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감염 후 며칠이 지난 상태에서도 항체 칵테일이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표적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매트릭스 단백질 2(Matrix Protein 2, M2)의 보존된 영역인 M2e다. M2e는 바이러스 생명 주기에 필수적이며, 사람과 조류, 돼지 변종을 포함한 대부분 독감 바이러스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다. 항체 칵테일은 반복 사용 후에도 바이러스 내성을 유발하지 않았고, 24일간의 실험에서도 M2 영역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세 가지 항체를 결합함으로써 바이러스가 한 가지 항체를 회피할 가능성을 줄이고, 전체 치료 효과를 극대화했다.
연구진은 낮은 용량에서도 높은 효능을 확인했다. 건강한 생쥐와 면역 저하 생쥐 모두에서 폐 내 바이러스 양이 감소하고 질병 심각도가 완화되었으며, 생존율 역시 현저히 향상됐다. 특히 H7N9 조류 독감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감염 후 4일째 단 한 번의 항체 투여만으로도 바이러스 양이 감소했으며, 1~3일 내 투여 시 모든 생쥐가 생존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낮은 용량 사용으로 부작용 가능성을 줄이고, 치료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잠재력으로 이어진다.
현재 연구팀은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인간화’ 항체를 개발 중이다. 이는 인체 면역 반응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유지하도록 설계되며, 임상 시험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 항체 칵테일은 중증 독감 환자 치료뿐 아니라, 고위험군 예방약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기존 백신이 매년 변종에 맞춰 업데이트돼 이전 면역력을 무력화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독감 바이러스 대응 전략에 혁신적인 전환점을 제공하며, 팬데믹 예방과 치료에 있어 항체 기반 치료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 임상 적용과 대량 생산이 현실화되면, 계절성 독감과 변종 독감 모두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