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고비·오젬픽·마운자로 등 모방 사례 확산…온라인 불법 유통 적발 급증
유럽의약품청(EMA)이 최근 승인된 비만·당뇨 치료제의 인기에 편승한 불법 복제 의약품 유통 급증을 경고했다. EMA는 최근 몇 달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합법 의약품으로 위장한 불법 제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품질·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어 환자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사례 중 상당수는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위고비·오젬픽)와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상품명 마운자로)를 모방한 제품으로 확인됐다. 두 약물은 비만과 제2형 당뇨 치료제로 각각 연간 수십억 달러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를 틈타 위조·불법 제품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 EMA의 설명이다.
유럽 각국 당국은 수백 건의 가짜 페이스북 계정, 광고,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확인했으며, 상당수는 EU 외부 서버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단순히 로고 도용이나 허위 광고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불법 제품은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이 전혀 함유되지 않았거나, 인체에 해로운 불순물이 포함된 경우도 발견됐다. EMA는 “환자들이 치료 실패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중증 부작용, 다른 약물과의 위험한 상호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법 온라인 약국의 확산도 이번 문제의 배경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편리한 접근성을 내세운 불법 사이트는 합법적 원격의료 플랫폼으로 가장해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 실제로 아일랜드 보건연구위원회는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불법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 제품 약 1,400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지난해 브라질, 영국, 미국 등지에서 가짜 세마글루타이드가 유통되고 있다며 각국에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WHO 글로벌 감시망(GSMS)은 2022년 이후 위조 GLP-1 계열 약물 관련 보고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MA는 이번 사태에 대응해 각국 규제 당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불법 제품의 유통 차단을 위해 웹사이트 차단, 제품 회수 명령, 국경 간 단속 협력 등이 진행 중이다. EMA는 “국민들이 합법적으로 승인된 의약품을 정규 유통 경로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계열 약물이 ‘위조 시장’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공급 부족과 고가의 약가가 불법 유통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JAMA Health Forum에 게재된 논평은 “미국 내 온라인 약국의 절반 가까이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배송 사기나 품질 미달 제품 판매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구매를 자제하고, 반드시 국가가 관리하는 합법 경로를 통해 의약품을 확보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경고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 문제는 단순한 사기 사건을 넘어 글로벌 공중보건의 심각한 도전으로 평가된다.
